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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Drama

헝거 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2023) - 본성을 거스른 사랑 이야기

by 포니 2024. 3. 14.

<헝거 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작품 개요

source: google image

제목: 헝거 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The Hunger Games: The Ballad of Songbirds and Snakes)

개봉일: 2023년 11월 15일

장르: 액션, 어드벤처, SF, 스릴러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

출연: 톰 블라이스, 레이첼 지글러, 헌터 샤퍼, 제이슨 슈워츠먼, 피터 딘클리지, 조쉬 안드레스 리베라, 비올라 데이비스

<헝거 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줄거리

판엠의 수도 캐피톨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는 코리올라누스 스노우(이하 스노우)는 스노우 가문 장군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부모님의 죽음 이후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도 스노우는 배를 곯을지언정 다른 이들 앞에서 절대로 가난을 티 내지 않는 강한 자존심을 보인다. 사촌누나 티그리스,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스노우는 캐피톨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플린스상과 장학금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스노우, 그러나 시상식에 앞서 올해 플린스상은 그동안의 성적 등이 아니라 헝거게임 인기 상승을 위해 큰 영향을 준 학생에게 수여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판엠의 독재 체재를 유지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헝거 게임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플린스상이 절박한 학생들에게 과제를 준 것이다. 그렇게 플린스상 후보 학생들에게 각 구역의 조공인들이 1명씩 멘티로 배정되고, 코리오 스노우에게는 12구역 루시 그레이가 배정된다. 

반드시 플린스상을 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스노우는 아무런 체력적 강점이 없는 루시를 어떻게 생존게임에서 살릴 것인지 고심한다. 다른 멘토들과 달리 그는 돋보이기 위해 그는 루시 그레이를 직접 마중가기도 하고, 몰래 음식을 챙겨주기도 한다. 스노우의 멘티 조공인 루시 그레이 역시 싸움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겁에 질린 다른 조공인들과 달리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는 루시 그레이. 그녀는 방송에서 노래를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리고 이 노래를 통해 위기의 순간 살아남기도 한다. 루시 그레이가 참가한 헝거 게임은 10회째로 본편에 비해 아직 많은 것들이 어설프다. 생존게임은 화려한 무대가 아닌 투박한 돔 경기장에서 펼쳐지며, 조공인들에게 후원하는 시스템은 스노우가 루시 그레이를 승자로 만들기 위해 제안한 것이었다. 초반에 스노우는 철저히 루시 그레이를 이용하려 하지만, 루시와 교류를 하며 점차 그녀에게 호감이 생긴다. 루시를 살리기 위해 스노우는 반칙을 쓰고, 이로 인해 루시는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스노우 역시 평화유지군으로서 20년 동안 복역하게 된다. 

스노우가 평화유지군으로 배정받은 곳은 12구역이다. 그리고 스노우의 아카데미 친구이자 판엠의 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세자누스 플린스 역시 평화유지군으로 자원하여 12구역에 가게 된다. 스노우는 12구역에서 루시와 재회하고, 두 사람은 함께 잠시나마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스노우는 기회만 된다면 다시 캐피톨로 돌아갈 것을 꿈꾸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친구 세자누스를 밀고하고, 장교로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가문을 위해 다시 돌아갈 것인가, 사랑하는 루시 그레이와 함께 할 것인가 고민하던 스노우는 결국 루시 그레이와 함께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스노우의 잔인한 면모를 알아차린 루시는 결국 그를 떠나고, 스노우는 루시의 배신에 아파하며 캐피톨로 다시 돌아온다. 사랑하는 이의 배신으로 이제 스노우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입신양명, 성공, 그리고 자신을 불행하게 한 이들에 대한 복수뿐이다. 그러한 스노우의 독기 어린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헝거 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감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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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성을 거스른 사랑 이야기

본편에서는 악의 근원처럼 나오는 스노우의 순수했던 시절의 사랑 이야기. 그러나, 필자는 스노우가 정말 순수하기만 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 때 묻지 않은 시절 묻어 나오는 순수함은 있겠지만 그의 악랄함 역시 그의 내면 깊은 곳에 있었을 것이다. 도중에 사촌누나인 티그리스 역시 그에게서 그의 아버지와 같은 모습이 보인다고 말한다. 스노우가 처음부터 루시를 사랑한 것은 아니다. 루시에게 호의적으로 대한 것도 모두 그의 성공을 위해 계산된 일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루시에게 진심으로 애정을 느낀 것은 맞다고 본다. 12구역에서 연인처럼 행동하던 그의 모습들은 꾸며낸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친구를 팔아 성공을 도모하는 모습, 루시가 떠난 후 캐피톨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 등을 보았을 때 루시 그레이에 대한 사랑이 잠시나마 그의 본성을 거스르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헝거 게임 이전 편들을 리뷰할 때도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눈에 띈다고 썼었는데, 이번 프리퀄 역시 이러한 사랑의 형태가 눈에 띈다. 작가와 감독은 본성이 잔인한 사람이더라도 잠시나마 순수함을 되찾게 해주는 사랑의 힘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2. The Hanging Tree 노래의 배경

헝거게임 본편에서는 캣니스가 혁명군에 가담했을 때 괴로움을 잊기 위해 The Hanging Tree라는 노래를 부른다. 세 사람이 목매달아 죽은 나무, 죽은 남자가 사랑하는 이에게 도망치라고 외쳤던 나무에 대한 가사가 나오는 노래였는데, 이 노래는 본편에서 혁명 선전 영상에 삽입되어 혁명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캣니스는 이 노래를 부모님이 알려주었다고 말하는데, 이 노래를 만든 것이 바로 루시 그레이였다. 스노우의 밀고로 처형당하는 남자들을 보고 루시가 만들어서 부른 노래. 그 노래가 세대를 거쳐 캣니스에게까지 전해진 것이다. 과연,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스노우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자신으로 인해 죽은 사람들을 빗대어 만든 노래, 그리고 이후에는 자신을 죽이러 오는 이들에 의해 불리는 노래가 되었으니 말이다. 본편 시리즈에서도 이 노래가 참 기묘하면서도 분위기가 웅장해서 좋아했는데, 노래의 탄생 배경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3. 본편 시리즈를 연상하게 하는 이스터에그들

The Hanging Tree 노래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에는 본편 시리즈를 생각나게 하는 이스터에그들이 많이 등장한다. 루시 그레이의 인사법은 캣니스가 하는 인사법과 동일한 자세다. 루시가 들판에서 어느 식물을 보며, 그 식물의 이름이 바로 '캣니스'라고 말하는 것 역시 본편의 캣니스를 떠오르게 한다. 10회 게임의 진행자 럭키 플리커맨은 아마 본편의 게임 진행자 시저 플리커맨의 조상일 것이고, 스노우가 10회 게임에서 제안한 많은 내용들이 시스템으로 정착되어 본편의 헝거게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영화를 볼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나중에 다시 찾아보니 코리오 스노우의 사촌누나 티그리스 스노우는 본편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서 스노우의 정치에 불만을 가지고 캣니스와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는 캐피톨 시민이었다. 이 작품 속에서도 티그리스는 스노우가 너무 입신양명에만 집착하고 잔인한 면모를 내비칠 때마다 불안해하는 모습들이 내비치는데, 아마 그러한 성향이 이어져 본편에서 반란군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이 된 게 아닐까 싶다. 

<헝거 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감상평

헝거 게임 본편 시리즈 마무리 후 약 8년 만에 개봉한 프리퀄 외전 작품. 본편은 소설을 모두 읽었는데, 외전은 책이 나온지도 몰랐다. 프리퀄 원작 내용은 모른 채 영화로 처음 접했는데 난 꽤 재밌게 봤다. 노래가 좀 반복되는 것 같긴 했지만, OST도 좋았다. 특히, 마지막 엔딩 크레딧에 나온 노래 가사는 도망간 루시 그레이의 마음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각 배역 캐스팅도 괜찮았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젊은 스노우 역할을 맡은 톰 블라이스의 다부진 체격이 좋았고, 루시 그레이 역의 레이첼 지글러의 노래도 좋았다. 

이 영화는 말 그대로 노래하는 새 루시 그레이와 뱀같은 청년 스노우의 사랑 이야기(발라드)가 주를 이루는 작품이다. 그냥 스노우라는 캐릭터의 입체성을 보여준 작품이라 좋았다. 가문이 몰락해 지독하게 가난한 상황에서도 다른 이들 앞에서는 부유한 행세를 하는 모습도 매력적이더라. 어린 시절의 스노우에게서는 순수한 모습들이 많이 발견되지만, 그럼에도 잔인한 성정은 결국 그의 내면에 내재되어 있던 본성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루시가 과연 마지막에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함께 행복할 수 있었을까? 지금처럼 악의가 가득한 스노우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아닐 것이다. 그때가 아니었더라도 언젠가 루시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스노우의 면모를 발견하고 결국은 그를 떠났을 것이다. 루시를 향한 스노우의 사랑이 순수했다 할지라도, 결국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친구를 밀고하고,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이에게 복수하는 것 역시 스노우의 모습이니까.

아무튼, 오랜만에 좋아하는 시리즈의 외전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곳곳에 본편을 생각나게 하는 이스터에그들을 발견하는 것 역시 재미있었다. 보면 볼수록 루시 그레이가 캣니스와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스노우는 캣니스를 보면서 루시 그레이를 떠올렸을까? 떠올리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루시 그레이와의 사랑에 대한 애틋한 기억을 떠올렸을까, 아니면 그녀가 자신을 떠난 배신감을 떠올렸을까? 스노우의 마음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캐릭터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며 볼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넣어 주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