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하> 작품 개요
제목: 사바하 (Svaha: The Sixth Finger)
개봉일: 2019년 2월 20일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다크 판타지, 추리, 오컬트
감독: 장재현
출연: 이정재, 박정민, 이재인, 유지태, 정진영, 진선규, 이다윗
<사바하> 줄거리
1999년 강원도 영월에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난다. 이중 언니인 '그것'은 동생 금화의 다리를 뜯어먹으며 태어나는데, 의사는 털로 뒤덮인 채 태어난 '그것'은 얼마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매의 어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산고로 사망하고, 아버지 역시 자살한다. 금화와 '그것'은 조부모의 손에 의해 성장하게 된다. 이후 시간이 흘러 금화 가족이 이사 온 마을에서 소들이 쓰러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마을 사람들은 무당을 불러 굿을 하고, 무당은 금화의 집에서 수상한 기운을 느끼고 접근하지만 뱀에게 물리고 도망간다. 한편, 사이비 종교를 조사하고 다니는 박웅재 목사는 강원도에 있는 '사슴동산'이라는 종교 단체를 조사하고 있다. 그리고 강원도 영월에서 여중생의 시신이 발견되고, 박웅재 목사는 자신이 조사하던 사슴동산과 관련된 장소에 경찰들이 오자 숨겨진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한다. 여중생 살해 용의자로 김철진이라는 인물이 지목되는데, 김철진에게 일명 '광목'이라고 불리는 정나한이 찾아와 그에게 의무에 따라 죽을 것을 요구한다. 그렇게 김철진은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다.
박웅재 목사는 친분이 있는 해안스님을 통해 사슴동산에 대한 단서를 추적해 나간다. 사슴동산은 불교에 기반하고 있지만 부처나 보살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일명 '사천왕'을 모시고 있다. 해안스님은 어느 종교단체든 경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박웅재 목사는 사슴동산의 경전을 찾아 다닌다. 그렇게 찾은 경전에서 이들은 김풍사라는 이름을 발견한다. 김풍사의 본명은 김제석으로 1899년 영월에서 태어나 동방교라는 신흥 종교를 창시해 이끌고 미륵처럼 여겨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박웅재는 김제석이 후원하던 소년원에서 그가 소년범 4인을 입양하였고, 이들 중 3명이 영월출신 여자아이들을 살해하고 자살했으며, 마지막 남은 1인이 정나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박웅재 목사는 티베트 고승으로부터 그가 과거 김제석에게 어떤 예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건 바로 김제석이 태어난지 100년이 되는 해 그가 태어난 고향에서 천적인 여자아이가 태어나 그를 파멸시킬 것이라는 내용이다. 김제석은 이 예언을 듣고 1999년에 자신의 고향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들의 주민등록번호를 경전에 적어두고 소년범들을 이용해 소녀들을 살해해 온 것이다. 그러나, 금화와 함께 태어난 '그것'은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제석의 경전에 올라가지 않았고 '그것'은 정나한에게 자신이 진정한 미륵임을 보여주면서 그를 통해 김제석을 제거한다. 정나한 역시 김제석을 죽인 후 사망하고 박웅재 목사의 신에게 구원을 구하는 기도와 함께 영화는 막을 내린다.
<사바하> 감상 포인트
1. 영화 곳곳에 묻어 나오는 기독교와 불교 요소들
영화 속에는 기독교적 요소와 불교적 요소가 가득하다. 대개 영화에 종교적 색채가 가미되더라도 한가지 종교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바하는 특이하게도 기독교와 불교적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 나온다. 우선, 기독교적 요소들에 대해 살펴보자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박웅재가 기독교 목사인 것부터 눈에 띈다. 또한, 쌍둥이 자매인 금화와 그것의 탄생 이야기는 기독교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와 유사하다. 성경에서는 야곱이 형 에서의 발 뒤꿈치를 잡고 태어난다고 나오는데, 영화 속에서는 '그것'이 동생 금화의 발을 뜯어먹으면서 탄생하게 된다. 또한, 김제석이 자신을 위협할 어린아이들을 살해하는 것은 성경에서 동방박사가 예수의 탄생을 예언하자 헤롯왕이 자신의 병사들로 하여금 예언의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어린아이들을 학살하는 모습과 유사하다. 이외에도 쌍둥이 자매의 할머니가 찬송가를 부르며 채찍 고행을 하는 모습(과거 유럽에서 행해지던 고행), 성탄절에 마무리되는 사건 등에서도 기독교적 요소가 조금씩 묻어난다.
반면, 사슴동산과 관련된 인물들은 불교적 요소들을 가득 가지고 있다. 일단 영화 제목인 '사바하'라는 단어는 '원만한 성취'라는 뜻으로 이 단어 자체가 마치 기독교의 '아멘'과 같이 불교에서 진언 끝에 붙이는 용어라고 한다. 사슴동산의 핵심 인물인 김제석의 이름은 불교의 호법신이자 사천왕을 다스리는 제석천의 이름을 따른 것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도 자신이 입양한 소년범 4인을 사천왕으로 부리며 자신의 뜻을 펼쳐나간다. 또한, 김제석이 키우던 코끼리 역시 불교적 요소를 상징한다. 영화 속에서 제석은 고대 인도에서 승려들이 왕에게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코끼리를 선물했다고 말한다. 코끼리는 불교에서 신성시하는 동물로 석가모니의 태몽에 등장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2. 같은 대상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과 불교적 관점의 차이
1) 선과 악에 대한 관점
선과 악이라는 개념에 대해 기독교적 관점과 불교적 관점의 차이가 영화 속에서도 돋보인다. 기독교에서는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선은 선이요 악은 악이라는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가 박웅재 목사로 하여금 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박웅재 목사는 해외에서 어느 이슬람교 아이가 '신의 뜻'이라며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을 경험한 후 신의 존재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게 된다. 신이 선하다면, 그리고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불교에서는 선과 악이 고정된 불변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속 대사 중에는 "불교에는 악이 없다. 다만 집착과 욕망으로 인한 번뇌만 있을 뿐이다"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실제로 김제석은 미륵의 경지에 올라 선한 행위도 많이 베풀었던 사람이지만, 네충텐파의 예언 이후 삶에 대한 집착과 욕망으로 인해 악으로 변질된 인물이다. 이렇듯 선과 악에 대한 두 종교의 관점의 차이가 영화 속에서도 돋보인다.
2) 신에 대한 관점
기독교에서는 선과 악이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신이라는 존재 역시 유일무이한 존재로 고정되어 있다. 반면, 불교는 수행을 통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것'의 존재가 이를 증명하는 듯 하다. 영화 속에서도 "짐승 역시 부처가 될 수 있다"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영화의 해석에 따라 '그것'이 애초에 미륵으로 태어났다는 의견과 짐승으로 태어난 '그것'이 16년간의 고행 끝에 미륵이 되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그것'의 탄생과 살아남은 배경을 보았을 때 일부러 짐승처럼 태어나 가족들에게 위협적 존재로 인식되고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16년을 기다려 김제석에 대항하는 존재, 미륵이 되었다는 점을 보았을 때 필자는 개인적으로 애초에 '그것'은 일부러 악의 형상을 하고 태어난 미륵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것'이 애초에 미륵이었든 아니면 짐승이 번뇌와 고행의 시간을 거쳐 미륵이 된 것이든 모두에게 '악'으로 비치든 '그것'이 '미륵'이 되었다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로써 '누구나 미륵이 될 수 있다'는 불교의 교리가 적용된다.
3) 각종 상징에 대한 관점
숫자 6은 기독교에서는 불길한 악마의 숫자로 여겨지지만, 불교에서는 완전함을 의미한다. 영화 속에서 미륵이 된 제석과 '그것'은 모두 손가락 6개를 가진 육손이로 이들이 불교적 관점에서는 완전한 존재, 미륵임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뱀에 대해서도 종교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기독교에서는 뱀이 사탄의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불교에서는 뱀이 석가모니를 보호하는 동물, 고행을 통해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동물로 여긴다. 이렇듯 영화 속에서는 기독교적 관점과 불교적 관점에 따라 관객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요소들이 곳곳에 있다.
<사바하> 감상평
장재현 감독의 전편 작품인 <검은 사제들>을 재밌게 보고 찾아 본 그의 두 번째 영화다. 첫 번째 작품에서는 가톨릭 사제들의 구마의식이라는 특이한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기독교와 불교의 혼합이라니 아주 기대가 되었다. 기대한 만큼 재미있게 봤고, 전편보다 조금 더 무서우면서도 조금 더 인간적인 작품이라 생각이 들었다. 전편에서는 귀신과 같은 존재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사바하>에서는 사슴동산 관계자들이 살해한 소녀들의 원혼이 등장한다. 귀신 장면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이 장면들은 볼 때 조금 무서웠다. 그럼에도 선했던 존재가 악해지기도 하고, 악했던 존재가 선해지기도 하며, 선한 신의 존재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같은 인간의 모습들을 표현해 놓은 것이 재미있었다. 사슴동산을 통해 사이비 광신도 느낌을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장재현 감독 작품들을 접하기 전까지는 영화에 종교적 요소가 가미되었을 때 재미있게 보는 편은 아니었는데, 장재현 감독은 이를 흥미롭게 잘 표현해 내는 것 같다. 영화 속에 상징적 요소들도 많아서 저것이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고민하는 것, 그리고 영화를 다 감상한 후 다양한 해석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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