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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Drama

검은 사제들 (2015) - 잘 만든 한국형 엑소시즘 오컬트 영화

by 포니 2024. 3. 17.

<검은 사제들> 작품 개요

source: google image

제목: 검은 사제들(The Priests)

개봉일: 2015년 11월 5일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오컬트, 가톨릭, 다크 판타지

감독: 장재현

출연: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

 

<검은 사제들> 줄거리

영화는 12형상이라는 악마들에 대해 언급하며 시작된다. 12형상 악마들은 자신들이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게 되기 때문에 숨어서 전 세계에 질병, 기근, 전쟁 등을 일으키곤 한다. 가톨릭 교단에서는 악마를 구마하는 일명 장미십자회라는 단체가 있는데, 교황청에서는 한국의 장미십자회 소속 정기범 신부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사제를 파견한다. 그렇게 한국에 온 이탈리아 사제는 악령이 씐 돼지를 데리고 이동을 하던 중 사고로 사망한다. 그리고 돼지에 씌었던 악령은 같은 사고의 피해자였던 이영신이라는 여고생의 몸에 씌게 된다. 

영신에게 부마된 악령을 퇴치하기 위해 정기범 신부의 제자이자 장미십자회 소속인 김범신 베드로 신부가 나선다. 그는 돌출 행동으로 가톨릭 교회 눈밖에 났으나, 기어이 구마 의식에 대해 비공식적 허가를 얻어낸다. 혼수상태에 빠진 자신의 스승을 대신해 구마를 진행하지만, 구마는 제대로 되지 않고 영신은 병실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자살 시도를 한다. 다행히 목숨은 구하지만 영신은 혼수상태에 빠지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김범신은 10명 이상의 보조사제를 데리고 다니며 구마를 시도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김범신은 신학교를 찾아가 자신에게 필요한 보조사제의 조건을 나열하고, 학장 신부는 그런 학생이 딱 한 명 있다며 최준호 아가토 신학생을 추천한다. 최준호는 신학생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뺀질거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김범신이 찾던 능력을 갖춘 인물이기도 하다. 학장 신부는 최준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알아오라며 캠코더 1대를 건네준다. 

김범신과 최준호는 혼수 상태에 빠진 영신이 있는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영신의 집에서는 굿판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굿으로도 악령 퇴치가 안되고 김범신과 최준호가 구마 의식을 시작한다. 악령은 본디 남성(수컷)에게 씌어야 진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이들은 여성의 분비물을 몸에 뿌려 자신들의 성별을 숨긴다. 이들은 영신의 몸에서 빠져나온 악령을 대신 받아낼 존재로 돼지를 한 마리 데려가 묶어 놓는다. 악령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악마의 이름을 알아내야 한다. 초반에는 구마의식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데, 이는 준호의 캠코더 때문으로 범신이 발견하고 제거한다. 이후 진행되는 구마의식이 진행되면서 집안에서는 기이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혼수상태에 있던 영신은 악마의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구마 의식 도중 준호의 존재가 악마에게 발각되고, 악마는 그에게 과거 트라우마 환영을 보여주며 도망가라고 외친다. 두려움에 자리를 박차고 달아난 준호는 이윽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구마 의식을 위해 돌아온다. 

범신은 지금 악마와 싸우고 있는 것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영신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영신의 영혼이 악마를 그녀의 몸에 잡아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영신의 도움 덕분에 범신과 준호는 악마 마르베스를 돼지 몸에 가두는데 성공하지만, 악마가 영신에게서 빠져나오면서 영신 역시 생명을 거둔다. 이에 영신의 부모는 이들을 살인자라며 경찰에 신고한다. 그러나, 돼지 몸에 가둔 마르베스는 1시간 안에 깊이 15미터 이상의 강물에 빠뜨려야 하고, 준호는 악령이 깃든 돼지를 들고 한강을 향해 도망친다. 이 과정에서 마르베스가 준호를 죽이기 위해 다양한 사고를 내지만, 다행히 준호는 살아남고 어느 택시 기사의 도움을 받아 제시간에 한강에 도착한다. 준호 역시 마르베스에게 잠식당하기 직전, 준호는 돼지를 안고 한강에 함께 뛰어든다. 마르베스는 깊은 강물에 빠져 사라지고, 준호는 죽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오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검은 사제들> 감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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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에서 흔치 않은 가톨릭 오컬트 장르

한국은 가톨릭 국가는 아니다보니 가톨릭을 주제로 한 영화가 외국에 비해 많지는 않다. 그리고 오컬트 장르 역시 국내에서 그리 자주 등장하는 장르는 아니다. 그렇게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가톨릭과 오컬트라는 두 가지 요소를 합쳐 놓은 영화라니, 그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기 전에는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이라는 멋진 배우들을 캐스팅하기는 했지만 가톨릭 신부들이 악령을 퇴마 하는 오컬트 영화라니, 상업영화로서 너무 실험적인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나의 생각이 기우였구나 싶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았고, 영화의 연출도 좋았다. 

 

2. 인간적 면모를 갖춘 가톨릭 사제 캐릭터

강동원이 연기한 아가토 신학생의 캐릭터가 참 인간적이라 좋았다. 신학교에 다니는 신학생이라면 굉장히 성실할 것만 같다는 편견을 깨고 시험 도중 컨닝을 하고, 수업 시간에 몰래 만화책을 보기도 하고, 밤에 무단외출을 해 술을 마시는 등의 모습이 신부 역시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 구마의식 도중 악령이 위협하자 겁을 먹고 도망치는 모습도 인간적이라 생각되었다. 결국 자신의 과거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돌아와 의식을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앞서 보여준 아가토의 다양한 인간적 모습들이 영화를 보다 흥미롭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3. 영화 속 가톨릭 요소 해석하기

가톨릭 사제들의 구마의식을 주제로 한 영화인만큼, 가톨릭적 요소가 참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모든 요소들을 해석하지는 못했지만, 눈에 띄는 몇 가지 장치들이 있다. 우선, 구마의식 도중 주인공들이 바흐의 음악을 트는데, 바흐는 실제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교회 음악을 많이 작곡한 음악가라고 한다. 음악 자체가 기독교적 색채를 강하게 띄고 있기에 구마의식에서 악령을 퇴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장치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영신의 몸에 들어간 악령은 마르바스(Marbas)로 질병에 걸리게 하거나 치료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의식 도중 영신의 방에 갑자기 쥐와 벌레들이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쥐와 바퀴벌레는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로서 마르바스의 능력을 보여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하는 택시와 택시 기사에 관한 해석이 가장 유명한데, 바로 택시기사가 무사히 한강까지 아가토를 데려다 주는 것이 신의 가호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택시의 번호판은 2201로, 이는 창세기 22장 1절을 나타낸다고 한다. 창세기 22장 1절은 "그 일 후에 하느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 그를 부르시되 아브라함아 하시니 그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브라함에게 소중한 아들 이삭을 바치라며 하느님이 그를 시험하는 것인데, 영화 속에서도 아가토가 악령 퇴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베드로 신부는 아가토가 한강까지 가는 길이 사악하다고 말하는데, 정말 아가토는 죽을 위기를 몇 번이고 넘긴다. 택시 기사는 서울 택시임에도 불구하고 일산, 파주 방면으로만 간다고 하지만 아가토가 한강에 가자고 말하자 그를 위해 한강에 가준다. 즉, 일산 파주로만 간다며 다른 손님들을 보내고 아가토를 기다린 신의 사자, 혹은 천사일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한강에 도착해서도 문을 열다가 사고를 다할 뻔한 아가토를 택시기사가 손을 뻗어 살리는데, 이 역시 신의 가호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많다. 필자 역시 이러한 요소들을 감독이 그냥 넣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일리 있는 해석이라 생각한다. 

 

<검은 사제들> 감상평

무서운 영화를 그리 즐겨보는 편은 아니라 개봉하고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영화를 감상했다. 가톨릭 엑소시즘에 관한  국내 영화라는 것, 그리고 무서운 분위기의 오컬트 영화라는 점이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약간 망설이게 만드는 요소였는데 영화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평가가 꽤 괜찮아서 감상하게 되었다. 확실히 스산한 분위기가 많은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그래도 못 볼 정도로 무서운 영화는 아니었다. 필자가 싫어하는 영화는 소름 끼치게 생긴 귀신들이 등장하는 영화인데 딱히 그런 장면도 없고, 스산한 분위기로 긴장감을 조성하는 영화라 겁이 많지만 오늘은 왠지 무서운 영화가 보고 싶다 하는 분들은 봐도 괜찮을 것 같다. 김윤석, 강동원의 연기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악령에 씐 역할을 연기한 박소담이다. 여리여리한 목소리부터 정말 악마 같은 목소리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연기를 하는데 정말 실력이 대단한 배우라 느껴졌다. 소재도 참신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감독의 연출력도 좋아서 오컬트 장르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