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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Drama

파묘 (2024) - 항일 정신을 담은 까리한 오컬트 영화

by 포니 2024. 4. 18.

<파묘> 작품 개요

source: google image

제목: 파묘(Exhuma)

개봉일: 2024년 2월 22일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오컬트, 서스펜스, 호러, 퇴마 

감독: 장재현

출연: 김고은, 이도현, 최민식, 유해진

 

<파묘> 줄거리

영화는 다음과 같이 총 6장으로 구분되어 전개된다. 

1장: 음양오행

젊은 무당 화림과 그의 제자이자 법사인 봉길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부유한 한인가족의 의뢰로 그들의 아기를 마주하게 된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기를 살펴본 화림은 가족들에게 다른 가족 구성원도 비슷한 일을 겪지 않았느냐 묻는다. 화림의 실력을 의심하던 가족들은 이에 놀라며 화림과 봉길을 미국의 저택에 초대한다. 그곳에서 아기의 아빠 박지용을 만난 화림은 이는 묫자리를 불편해하는 조상 때문에 벌어지는 묫바람이라 말한다. 한국에 돌아온 화림과 봉길은 풍수사 김상덕과 장의사 고영근을 만나 미국에서 의뢰받은 일을 함께 하기로 한다. 

 

2장: 이름 없는 묘

박지용은 상덕에게 모든 일은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하며, 파묘 후 염을 하지 않은 채 관을 통째로 화장해 달라 요구한다. 그렇게 화림, 봉길, 상덕, 영근은 깊은 산속에 있는 박지용의 조상 묘지로 향한다. 이곳에서 상덕은 묫자리를 확인하더니 지용에게 묫자리를 누가 택했는지 묻는다. 이에 지용은 기순애라는 스님에게 묫자리를 받았다고 말하고, 상덕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은 이 일을 맡을 수 없다 말한다. 상덕을 쫓아온 화림, 봉길, 영근은 거액이 걸린 의뢰를 왜 안 맡냐고 따지자 상덕은 이곳은 악지 중의 악지로 사람이 누워있을 자리가 아니라 한다. 지용은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의뢰를 맡아줄 것을 부탁하고, 화림은 동물 제물이 원한을 대신 받는 대살굿과 이장을 동시에 진행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화림의 대살굿과 이장이 동시에 진행된다. 파묘 마무리 단계에서 한 일꾼이 인간 여자의 머리를 가진 뱀을 만나 이를 죽이게 되고, 뱀을 죽이자 갑자기 날씨가 험해지며 폭우가 내린다. 비가 오는 날은 화장하기 좋지 않다며 이들은 잠시 병원 영안실에 관을 안치하기로 한다.

 

3장: 혼령

영근은 영안실 관리자에게 관을 절대 열지 말라고 하지만, 관에서 재화를 얻을 궁리를 한 관리자는 이를 어기고 관뚜껑을 연다. 화림과 봉길이 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었고, 관에서 혼령이 튀어나와 자신의 후손들을 죽이러 다닌다. 이 과정에서 의뢰인 박지용도 사망하고, 마지막 아기까지 피해를 입기 직전 박지용의 고모가 관 채로 화장을 허락해 혼령은 사라지게 된다. 

 

4장: 동티

한편, 상덕은 파묘 당시 뱀을 죽인 일꾼을 만나는데 그는 굉장히 불안한 모습으로 자신이 귀신을 건드려서 받는 벌인 동티가 난 것 같다고 말한다. 일꾼의 부탁으로 상덕은 다시 한번 묫자리를 찾아가고, 이곳에서 박지용의 조상이 묻혀있던 자리 아래에 또 다른 관이 묻혀 있음을 발견한다. 일반적인 관들과 달리 어마어마한 크기에 수직으로 세워져 있던 관을 화림 일행이 꺼내기로 결정한다.

 

5장: 도깨비불

관을 꺼낸 이들은 근처의 보국사에 관을 보관하고 하루 묵게 된다. 화림은 관에서 불길함을 감지하고 관 주변에 결계를 친다. 한편, 박지용의 고모는 이들이 꺼낸 관은 자신은 전혀 모르는 관이라고 한다. 또한, 자신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 충성한 매국노였으며, 묫자리 역시 유명한 일본 풍수사에게 부탁한 것인데 어째서 악지에 묻힌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화림은 다른 무속인 언니에게 통화로 기순애라는 이름의 일본 음양사에 대해 묻고, 그녀로부터 기순애는 일본의 여우 음양사로 유명한 인물이라는 답변을 듣는다. 한편, 봉길은 가위에 눌렸다가 깨어나 주변을 살펴본다. 그러던 중 인근 축사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고, 그곳에서 죽은 가축과 사람이 죽은 것을 발견한다. 보국사로 돌아오니 관에서는 무언가가 관을 뚫고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것은 일본의 도깨비였으며, 도깨비는 화림에게 인간인지 아닌지 묻는다. 화림은 일본어로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고 답하지만, 도깨비는 화림이 인간임을 알아차리고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 봉길이 화림을 구하려다가 큰 부상을 입게 되고, 화림 역시 위기에 처한 찰나 새벽녘이 밝아오면서 도깨비는 도깨비불로 변해 돌아간다. 화림은 저것은 귀신이나 혼이 아닌 정령으로 없애기 어렵다고 말한다. 봉길이 수술을 받는 병원에서 상덕은 '고성 한반도의 척추 백두대간'이라고 적힌 어느 산맥 사진을 보게 된다. 

 

6장: 쇠말뚝

상덕은 보국사를 다시 찾아가고, 그곳에서 도굴꾼들이 남기고 갔다는 상자를 살펴본다. 상자 속에는 풍수를 나타내는 책이 있었고, 그 안에는 한반도 고지도와 도굴꾼들의 사진이 있었다. 이 사진 속 주인공들은 사실 독립운동가들이었으며, 이들은 일본이 한국의 정기를 끊겠다며 전국 방방곡곡에 박아 둔 쇠말뚝을 제거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병원에 입원한 봉길은 도깨비의 부하가 씌어 누워 있고, 화림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기 위해 무당 언니인 광심과 동생 자혜를 불러 일명 도깨비놀음을 한다. 상덕은 화림에게 박지용 조상의 묫자리가 한반도를 상징하는 범의 척추에 해당하는 자리이며, 그곳에 분명히 쇠말뚝이 박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쇠말뚝을 제거하면 도깨비도 사라지고 봉길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들은 다시 한번 묘지로 향한다. 화림이 도깨비를 유인하는 동안 상덕과 영근이 쇠말뚝을 찾아 없애기로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쇠말뚝은 나타나지 않는다. 도깨비는 화림을 위협하지만 화림에게 내린 신할머니 덕분에 화림은 위기를 모면하고, 도깨비는 자신이 있던 묘지로 다시 돌아간다. 상덕은 쇠로 만들어진 도깨비를 보고 도깨비 자체가 쇠말뚝이었음을 깨닫고, 음양오행의 원리를 이용하여 도깨비를 해치우는 데 성공한다. 이후, 부상을 당했던 일행들은 모두 무사히 병원 치료를 받고 상덕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파묘> 감상 포인트

source: google image

1. 기성세대 풍수사와 MZ세대 무당의 조화

영화는 MZ세대를 상징하는 무당 화림과 법사 봉길, 그리고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상덕과 영근이 등장한다. 이들은 서로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가끔은 젊은 세대의 대담함이 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을 내놓기도 하고, 또 다른 순간에는 나이 든 이의 지혜가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세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야기를 전개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젊은 무당의 등장도 신선했다. 무당을 떠올리면 대개 중년 이상의 여성이 떠오르곤 했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화림처럼 젊은 무당도 많을 것이다. 무당 이미지에 대한 내 안의 작은 편견을 깨 준 포인트였다. 멋진 옷을 입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화림과 봉길이의 일상 모습이 참 친근하더라. 화림이 입고 있는 옷, 그녀가 타고 다니는 차는 모두 비싼 제품들인데, 감독이 영화 제작을 위해 만나 본 젊은 무속인들 역시 일상에서 비싼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굿 한 번 하고, 부적 하나 쓰고 하는 가격을 생각해 보면 무속인들이 돈을 잘 번다는 이야기도 그럴 법하다.

 

2. 항일 정신을 담아낸 오컬트 영화

그저 무속신앙을 곁들인 오컬트 영화일 줄 알았는데, 항일 정신까지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일본 도깨비로 표현된 쇠말뚝은 실제로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일본인들이 한반도 곳곳에 설치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무속신앙을 통해 혼령을 쫓는 영화인 것처럼 보였지만, 뒤로 갈수록 이는 한국의 전통적 힘을 통해 일제의 뿌리를 뽑는 이야기로 전개되어 나간다. 

주요 스토리뿐만 아니라 영화 속 설정 역시 항일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들의 이름이다. 이화림, 윤봉길, 김상덕, 고영근 모두 실존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동일하다. 이화림은 한인애국단에서 활동한 여성 독립운동가였고, 윤봉길은 일본 전승 기념식에 폭탄을 던졌던 너무나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이다. 김상덕은 반민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였으며, 고영근 역시 조선말기 개화파 지식인의 이름을 따왔다.  

이 외에 주인공들의 차량 번호 역시 독립운동과 연관성을 가진다. 김상덕의 차량번호는 '49 파 0815'로 광복절 날짜와 동일하다. 또한, 49는 49재를, 파는 '파묘'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한편, 이화림의 차량번호는 '19 무 0301'로 19와 0301은 1919년 3.1운동을, 그리고 무는 화림의 직업인 무당을 떠오르게 한다. 고영근의 차량번호는 '경기 40 바 1945'로 광복을 한 해인 1945년과 연관된다. 

 

3.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적절한 애드리브

4명의 주연배우 모두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특히, 무당을 연기한 김고은의 연기가 돋보인다. 김고은은 화림 역을 소화하기 위해 실제 유명 무당에게 긴 시간 수업을 받았으며, 최민식은 김고은의 연기를 보고 실제로 김고은이 저러다 무당이 되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고 한다. 필자 역시 영화 속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영안실에서 관이 열린 후 김고은이 부름굿을 하는 장면이다. 최민식, 유해진은 오랜 시간 실력을 증명해 온 연기자들인 만큼 뛰어난 연기력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적절하고 자연스럽게 유머러스한 애드리브를 해 주어 좋았다. 이도현의 연기도 좋았다. 장재현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봉길 역을 신인배우가 맡았으면 좋겠다 생각하여 당시 신인이었던 이도현을 캐스팅했는데, 이후 이도현이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해서 더 이상 신인이 아니게 되었다며 웃었다고 한다. 영화의 멋진 설정뿐 아니라, 이를 제대로 표현해 준 배우들의 존재 역시 영화의 완성도에 많은 기여를 한다.

 

<파묘> 감상평

장재현 감독의 전 작품들을 모두 재밌게 봤기 때문에 파묘는 기대되는 영화였다. 무엇보다 영화 주연배우 4인 모두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들이라 믿고 보는 감독, 믿고 보는 배우라는 기대가 있는 작품이었다. 이전 작품부터 계속 종교와 오컬트 장르를 적절히 혼합하여 영화를 만드는데 실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검은 사제들'은 가톨릭과 구마, '사바하'는 불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번 '파묘'에서는 무당이 등장하는 무속신앙과 일제강점기에 대한 항일 정신을 조화롭게 엮어냈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내줄지 또 기대된다.

그저 1분가량의 예고편만 보고 갔던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가 전개될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박지용 일가의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일 줄 알았는데, 이들은 단지 빌드업일 뿐이었다는 점도 의외였고, 그저 오컬트 작품일 줄 알았는데 항일 메시지를 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다.

현대에 살아가면서 일본 문화를 완전히 배제하고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요즘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일본에 우호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같아 많이 불편했다. 다들 역사를 잊기라도 한 것일까? 이러한 시기에 파묘는 다시 한번 그들이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만행을 일깨워준 작품이었다.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 일본이 박아 놓은 쇠말뚝은 픽션이 아닌 실존하는 것들이다. 정말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은 얼마나 음침하게 우리 민족을 말살하고자 했는지 생각하니 또 치가 떨린다. 어쩌면 여전히 우리가 찾지 못한 어느 깊은 산속에는 이런 일제의 잔재들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상덕은 이 땅은 앞으로 자신의 딸, 그리고 그 딸의 자식들이 살아갈 곳이기에 흉측한 것은 남아 있어선 안된다고 말한다. 내가 직접 과거의 독립운동가들처럼, 혹은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이를 직접 제거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영화가 말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터전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