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 Drama

트루먼 쇼(1998) - 알을 깨고 진짜 세상으로 나아가다

by 포니 2024. 1. 3.

<트루먼 쇼> 작품 개요

source: google image

제목: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감독: 피터 위어

출연: 짐 캐리, 로라 리니, 노아 엠머리히, 에드 해리스

 

<트루먼 쇼> 줄거리

영화 초반부에는 '트루먼 쇼'의 출연 배우들과 크레딧이 등장하며, 마치 관객들이 정말 '트루먼 쇼'를 시청하는 것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다. 트루먼 쇼는 트루먼 버뱅크의 탄생 순간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는 버라이어티 TV쇼로, 전 세계에 많은 팬들이 그를 지켜보고 있다. 물론 트루먼은 이러한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보험회사에 다니며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평화롭기만 하던 트루먼의 일상에 조금씩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갑자기 하늘에서 조명이 떨어지고, 라디오에서는 자신의 사생활이 방송되며, 심지어 어린 시절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 닮은 인물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만 빼고 주변의 모두가 평안한 이상한 모습에 그는 점점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트루먼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익사 사고로 사망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물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언제나 자신의 동네를 벗어나 피지에 가고 싶어 한다. 바로 그의 첫사랑 실비아를 만나기 위해. 트루먼은 대학시절 만난 메릴과 결혼했지만, 당시 미스터리하게 사라져 버린 첫사랑 실비아를 잊지 못하고 있다. 실비아가 사라지기 직전 피지로 갈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트루먼은 피지로 향하는 꿈을 꾸고 있다. 실비아는 유일하게 트루먼에게 그를 둘러싼 세상이 모두 '쇼'라고 말해준 인물이다. 실비아가 사라진 이후에도 트루먼은 평범한 일상을 지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을 정도로 주변이 수상해지자 실비아를 찾아 피지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트루먼이 떠나려고 결심하자 온 세상이 그를 방해한다. 피지행 비행기는 한 달이나 기다려야 하고, 버스는 고장나고, 아무도 없던 길이 갑자기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산불이나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트루먼은 포기하지 않고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사라져 버린다. 트루먼이 사라지자 방송국에서는 난리가 나고, 총책임자인 크리스토프의 지휘 하에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그를 찾아 나선다. 아무데서도 발견되지 않았던 트루먼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발견된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나아가기로 결심한 트루먼! 하지만, 크리스토프는 이를 용납하지 않고 그를 막기 위해 기후 조작 시스템으로 폭풍을 일으킨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트루먼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고, 마침내 크리스토프 역시 그를 잡아두는 것을 포기한다. 세트장 밖으로 나가기 직전, 트루먼에게 모든 진실을 알려주며 안전한 자신의 세상에서 살아가라는 크리스토프에게,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모든 관객에게 트루먼은 자신이 매일 아침 하던 인사를 남기고 세트장 밖으로 사라진다. " Good morning! In case I don't see ya,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좋은 아침! 나중에 못 볼 지도 모르니 미리 말하죠, 좋은 오후, 좋은 저녁, 좋은 밤 보내세요.)"

 

<트루먼 쇼> 감상 포인트

1. 작품 속 작품을 보는 듯한 액자식 구성

작품 속에 또 다른 작품이 있다기 보다는 마치 두 개의 작품이 한 겹으로 겹쳐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다. 현실의 관객들이 보고 있는 영화 '트루먼 쇼' 안에는 동일한 이름의 버라이어티 TV쇼를 보고 있는 또 다른 관객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트루먼 쇼와 영화 속 시청자들이 보는 트루먼쇼는 다른 작품이 아닌 하나의 작품이다. 영화 속 시청자들이 '트루먼 쇼'에 나오는 트루먼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울고, 웃고, 많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우리는 그러한 시청자들의 모습까지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개념의 '트루먼 쇼'를 지켜보며 울고, 웃고 있다. 중간 즈음 트루먼이 이 세상이 가짜임을 깨닫고 "공짜 공연입니다(That one's for free)"라고 말하고는 역으로 시청자들을 속이기 시작하는 전환점을 보여주는 장면도 정말 좋았다. 개봉한 지 오래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트루먼 쇼 이후에 이 정도의 신선함과 잘 짜인 연출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직 없는 듯하다.

 

2. 타인의 통제를 벗어나 자유를 되찾은 인간의 모습

다양한 해석과 감상이 가능한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는 "새장과 같은 세상을 벗어나 자유롭게 나아가는 한 인간의 성장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 속 트루먼은 크리스토프와 방송국 관계자들의 입맛에 따라 통제되는 삶을 살아간다. 그가 믿었던 가족과 친구들이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모두 대사일 뿐이었으며, 트루먼이 무언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실행하고자 하면 주변 환경과 인물들이 이를 방해했다. 그러나, 결말에서 트루먼은 마침내 이 모든 통제와 고난을 이겨내고 자유롭게 자신의 진짜 삶을 찾아 떠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하늘벽에 있는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서 관객들에게 멋지게 인사를 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사를 통틀어 정말 멋진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3. 비뚤어진 사랑의 모습

쇼의 총책임자인 크리스토프가 트루먼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쇼의 시청률을 위한 것도 있겠지만, 어딘가 비뚤어진 그의 애정이 묻어난다. 영화 후반부에서 진짜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트루먼에게 그는 세상은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으니, 자신이 만든 안전한 세상에 남아 있으라고 말한다. 또한, 화면 속 트루먼을 애틋하게 쓰다듬기도 한다. 이런 크리스토프의 모습은 자식을 사랑하지만 신처럼 통제하려고 하는 부모를 보는 듯하다. 현실에서도 종종 그런 비뚤어진 사랑을 가진 부모들을 찾아볼 수 있다. 모든 것이 자식을 위한 것이라며 그들의 삶을 자신의 입맛대로 통제하려는 사람들. 분명 자식을 미워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비뚤어진 애정이 그 사랑을 받는 이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4. 대중매체에 대한 비판적 시각

결국 이 모든 것은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제작자들, 그리고 TV쇼에 빠져있는 대중들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만약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TV쇼에 빠져 있지 않았다면, 제작자들은 과연 한 인간을 세계적인 바보, 구경거리로 만드는 프로그램 기획을 시도할 수 있었을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영화 속 시청자들은 마치 트루먼 쇼가 유일한 TV쇼인 것 마냥 트루먼 쇼의 내용에 열광한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마침내 트루먼이 세상 밖으로 나가 쇼가 끝이 나자 사람들은 금세 다른 볼거리를 찾아 떠난다. 크리스토프는 마치 트루먼 쇼가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버라이어티 쇼인 것처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결국 시청자들에게 이는 수많은 유희 중 하나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이 영화가 나올 당시에는 TV쇼가 거의 유일한 도파민 매체였을지 모르지만, 오늘날에는 SNS의 발달로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너무나 많은 대중매체가 우리의 일상을 뒤덮었다. 오늘날의 우리 역시 미디어를 소비할 때 보다 분별력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트루먼 쇼> 감상평

source: google image

소설 <데미안>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문구가 등장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트루먼에게 트루먼 쇼의 세트장은 그를 둘러싼 알과 같았다. 즉, 그를 가두는 공간이자 동시에 그의 전부인 세상이었다. 크리스토프는 트루먼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진실을 알 수 있었겠지만, 트루먼은 그러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트루먼은 알을 깨고 나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갇혀 있던 트라우마와 공간을 파괴하고 마침내 진짜 세상으로 나아간다. 내가 알에 갇혀 있다 느끼더라도 그것을 깨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크리스토프의 말 처럼 어쩌면 트루먼이 세상이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이미 이전에도 진실을 알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두려움에 진실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거짓된 안정 속에서 평화롭게 살 수도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용기 있게 진정한 세상과 맞서기로 결심한 트루먼의 모습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Truman이라는 이름도 재미있다. 이 이름은 "진실된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다고 한다. 진짜인 줄 알았던 가짜 세상을 벗어나 진정한 진실에 다가간 멋진 그에게 어울리는 멋진 이름이다. 다시 한번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용기가 필요할 때, 마음에 힐링이 필요할 때,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명작 영화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