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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Drama

장화, 홍련 - 아름다운 연출과 잔혹한 비극을 담은 공포 영화

by 포니 2022. 8. 10.

작품 개요

source: google image

제목: 장화, 홍련 (A Tale of Two Sisters)

개봉일: 2003년 6월 13일

장르: 공포, 스릴러, 드라마, 미스터리

감독: 김지운

출연:  염정아, 임수정, 문근영, 김갑수

줄거리

사이좋은 자매 수미와 수연은 아빠와 함께 시골집으로 요양을 하러 내려온다. 하지만 이곳에는 세 가족 외에 한 사람이 더 있다. 바로 수미와 수연의 새엄마인 은주다. 은주는 겉으로는 아이들에게 살가운 듯 하지만 표정을 보면 억지로 살갑게 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 역시 새엄마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꺼려한다. 자매는 시골집에서 자꾸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된다. 수미는 악몽에 시달리고, 수연이 자는 방에는 누군가 몰래 들어왔던 것 같다. 수미-수연 자매와 새엄마 은주의 사이는 점점 악화되어 간다. 아이들은 엄마의 자리를 대체하려는 은주가 마음에 들지 않고, 은주 역시 자신을 거부하는 아이들에게 점차 대놓고 적대감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은주의 동생 부부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가족들의 집을 방문한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식사 분위기가 묘하게 싸늘하다. 은주 혼자 신이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동생 부부는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더니 동생의 부인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져서 식사는 중단이 된다. 쓰러졌던 동생의 부인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자신이 쓰러졌을 때 부엌에서 무언가 이상한 것을 보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매와 은주 사이의 갈등은 고조되어 가지만, 자매의 아빠인 무현은 이들의 갈등을 그저 못 본 체한다. 수미와 은주의 갈등이 깊어지고, 은주는 동생인 수연에게 화풀이를 하며 학대를 한다. 급기야 수연을 장롱에 가두기까지 하는 은주를 보며 수미는 아빠에게 울분을 토한다. 그러자 아빠 무현이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바로 동생 수연이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며칠 후 무현이 집에 데리고 온 인물은 더욱 충격적이다. 무현이 데려온 인물은 바로 조금 전까지 집에서 함께 지내며 자매를 괴롭히던 은주였다. 여기서부터 영화의 진실이 밝혀진다. 영화에서 내내 등장하며 자매를 괴롭혔던 은주는 사실 수미의 또 다른 인격이었던 것이다. 수미는 동생 수연이 죽은 후 인격이 분리되는 해리성 인격장애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 무현과 은주의 외도로 수미와 수연의 친엄마가 장롱에서 목을 매 자살을 한다. 이 장면을 목격한 수연이 엄마를 살리려다가 엄마의 시신과 함께 장롱에 깔리게 되고, 이를 발견한 은주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이를 못 본 체 뒤돌아 나간다. 하지만 이내 죄책감을 느끼고 다시 돌아가려는 찰나, 중간에 마주친 수미와 말다툼을 하고 수미에게 말한다. "너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명심해." 그리고 수미는 은주를 마주치는 것보다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쏘아붙이고는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이 순간, 수미의 동생 수연이 죽어가는 모습이 암시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감상 포인트

1. 고전소설 '장화홍련전'의 모티브

'장화홍련전'에서 장화-홍련 자매는 계모에게 학대를 받는다. 그러던 중, 언니인 장화가 계모의 계략으로 누명을 쓰고 연못에 빠져 죽게 되고, 동생 역시 죽은 언니를 그리워하다 같은 연못에 빠져 죽는다. 이후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두 자매의 원혼이 사또를 찾아가 원한을 풀어달라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영화 "장화, 홍련" 역시 동일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서사 구조가 등장한다. 계모에게 구박받는 자매들과 계모와의 갈등으로 빚어진 동생의 죽음. 그리고 동생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며 정신병을 앓는 언니. 그리고 무언가 한이 맺힌 듯한 귀신들이 등장하는데,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자살한 수미-수연의 엄마와 수연의 원혼인 것으로 추정된다. 

 

2. 감각적인 연출과 OST

공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은 무섭지만, 그 외의 장면들에서는 영상미에 눈을 뗄 수가 없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고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또한, 은주에게 후회할 일 없다고 쏘아붙인 후 수연이 죽어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밖으로 향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OST인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은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준다. OST 자체의 분위기도 굉장히 좋지만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이라는 제목이 마지막 장면을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3. 다양한 시각의 해석

무현과 은주가 외도를 저질렀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없기 때문에 관람객 사이에서는 종종 두 사람이 불륜이 아니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수미-수연의 엄마가 보란듯이 집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는 점과 자매들과 은주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본다면 무현과 은주는 불륜 사이였다고 보는 것이 더 그럴듯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연과 은주의 모습은 수미의 죄책감이 형상화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는 장롱에 깔린 동생을 구하지 못하지만, 수미는 자신의 환영 속에서 장롱에 갇힌 수연을 꺼내 주고 안아주며 언니가 왔으니 안심하라는 듯한 행동을 한다. 자매를 잔혹하게 괴롭히는 은주의 모습은 수미의 죄의식을 표현했다는 해석도 있는데, 나는 수연을 죽게 만든 수미에 대한 증오심으로 수미가 생각하는 은주의 모습이 해리성 인격장애로 나타난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아빠인 무현이 수미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악화시키기 위해 시골집으로 요양을 갔다는 해석도 있다. 이 해석도 꽤 그럴 듯 하다. 엄마와 동생이 죽은 장소로 요양을 갔다는 것, 은주 동생 부부를 굳이 초대하여 수미의 스트레스를 자극한다는 것, 수미의 증상이 심해져도 모른 체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것, 그리고 수미가 다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는 점 등에서 그러한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감상평

source: google image

어릴 적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귀신이 너무 무서웠고 영화의 숨은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영상은 아름답지만 그저 무서운 영화일 뿐이었다. 성인이 된 후 다시 영화를 보니 영상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숨겨진 슬픔까지 잘 느껴지는 작품이다. 무서운 공포 영화라기보다는 슬프고 아름다운 공포 영화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커서 봐도 귀신이 나오는 장면은 여전히 무섭긴 하다. 아무튼 2000년대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와 고전적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너무 좋고, 마지막 여운을 더욱 배가시키는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 OST가 너무 좋은 사랑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