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폴: 600미터> 작품 개요
제목: 폴: 600미터 (Fall)
국내 개봉일: 2022년 11월 16일
장르: 재난, 액션, 서스펜스, 스릴러
감독: 스콧 만
출연: 그레이스 캐롤라인 커리, 버지니아 가드너, 제프리 딘 모건
영화 <폴: 600미터> 줄거리
베키는 남편 댄, 절친 헌터와 함께 맨손 암벽 등반을 즐기다가 사고로 남편을 잃게 된다. 상심한 베키는 이후 1년 동안 폐인처럼 지내고, 그녀의 아버지는 댄은 그리 좋은 녀석이 아니었다며 이제 그만 정신 차리라고 한다. 그러나 베키는 여전히 남편을 잃은 상실감에 힘들어한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헌터가 베키를 찾아오고 베키에게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함께 600미터 높이의 TV 타워를 등반하자고 제안한다. 베키는 두려움에 망설이지만, 이내 헌터와 함께 등반에 나선다. 한편, 헌터는 데인저 D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및 유튜브 활동을 하며 자신의 익스트림 스포츠 생활을 찍어 올린다. 헌터는 이번 베키와의 모험 역시 영상으로 기록하기 위해 드론과 카메라를 챙겨 타워에 오르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B67이라는 이름의 타워를 오르기 시작하는데, 계속해서 두려워하는 베키와 달리 헌터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베키를 끌어준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은 타워의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하고, 위험한 인증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러나, 베키가 먼저 내려가려던 중 낙후된 타워의 사다리가 부서지고 베키는 구사일생으로 다시 탑의 꼭대기로 올라간다. 설상가상으로 베키는 허벅지에 상처를 입고 물과 드론이 담긴 가방은 50피트 이상 아래에 있는 안테나 접시에 떨어지게 된다. 타워의 정상에는 망원경과 한 발의 조명탄, 그리고 이들의 몸에 묶여 있던 클라이밍 로프뿐이다. 타워 꼭대기에서는 휴대전화 신호가 잡히지 않아 구조요청이 어려워 두 사람은 누군가 사다리가 무너지는 큰 소리를 들었기를 바라며 하염없이 구조대를 기다리지만 구조대는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 앉아 베키와 헌터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베키는 헌터의 발목에 있는 의미심장한 문신을 발견하고 심란해하기도 한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구조대가 오지 않자 이들은 생존을 위해 위험하고 아찔한 다양한 시도를 시도하는데...과연, 두 사람은 600미터 높이의 탑 꼭대기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영화 <폴: 600미터> 감상 포인트 (스포주의)
1. 주인공들의 미묘한 관계
베키의 아버지의 대사를 통해 베키는 댄을 사랑했지만, 댄은 베키만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헌터의 발목에 새겨진 143이라는 숫자는 댄이 사랑을 표현하는 일종의 암호로 댄과 헌터가 베키 몰래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음을 나타낸다. 헌터는 댄에 대한 사랑보다 베키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사랑의 암호를 발목에 몰래 새길 정도라면 과연 그녀의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비밀을 들키면서 타워 꼭대기에서 두 사람의 우정이 흔들리는 위기에 처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서로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은 오지 않으니 어쩌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헌터와 댄의 관계가 드러난 이후로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되어서 생존에 악영향을 주면 어떻게 하나 마음을 졸이면서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를 볼 때는 굳이 헌터와 댄의 부적절한 관계가 포함되어야 하는 서사였을까 의문이었지만, 위기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두 사람 사이에 불신의 씨앗이 되었으니 이 역시 영화를 보다 긴장감 있게 만들기 위한 장치이지 않았을까 싶다.
2. 보기만 해도 아찔한 영화 속 장면들
영화를 보는 내내 도대체 이 장면들은 어떻게 촬영한 것일까 궁금했다. 시작부터 맨손으로 암벽을 등반하다가 떨어져 죽는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영화 내내 뭔가 특별한 장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600미터 높이의 가느다란 탑 위에 두 사람이 겨우 앉을 수 있는 공간에 갇혀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주인공들의 모습 너머로 아득하게 비치는 600미터 아래의 지상의 모습은 마치 내가 600미터 상공에 올라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정말로 타워를 올라가는 듯 장면들이 실감 나게 연출되었는데, 이를 연기하는 연기자들 뿐만 아니라 촬영을 한 스태프들도 대단하게 느껴진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영화의 메이킹필름 등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3. 영화 속 '새'의 존재
영화 속에서는 '새'들이 중요한 장치로 몇 차례 등장한다. 영화 초반 댄은 절벽의 새 둥지에서 새가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사고를 당해 사망한다. 헌터와 베키는 타워를 향해 가던 중 독수리 떼가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사슴을 먹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같은 장면을 보고 베키는 사슴이 불쌍하다며 독수리 떼를 쫓아내지만, 헌터는 세상은 적자생존이라며 이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이러한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베키에게 헌터는 재미있지 않냐고 말하며 너 역시 굶어 죽는 상황이라면 독수리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후 두 사람이 타워 꼭대기에 고립되어 체력이 고갈되어 갈 때 독수리들이 주위를 돌며 이들이 포기하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서 홀로 남아 지쳐 쓰러져가는 베키의 다리를 독수리가 쪼아 먹는데, 이때 베키는 무언가 결심한 듯 독수리를 잡아채 생으로 잡아먹는다. 독수리를 먹고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한 베키는 다시 한번 탈출과 구조 요청을 시도하고 마침내 구조되어 아버지와 재회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에게 새는 각각 다르게 다가가는 존재다. 댄에게 새는 갑자기 등장하여 죽음으로 몰아넣은 존재였다. 헌터는 독수리가 숨이 붙어있는 사슴을 먹는 모습을 보며 재미있다고 말하지만, 결국 그녀 역시 죽음 이후 독수리에게 먹히게 된다. 어쩌면 헌터는 자신을 독수리와 동일시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독수리에게 잡아 먹히는 사슴과 같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베키는 처음에는 독수리를 경계하고 두려워하지만, 마지막에는 독수리를 뜯어먹고 생존하는 강인함을 보이며 적자생존의 최후의 승자가 된다.
영화 <폴: 600미터> 감상평
바닷속에서 생존기를 다루는 영화 <47미터> 제작진이 참여했다며 홍보를 한 영화 <폴: 600미터>. 제작진들이 무언가 이러한 깊이나 높이에서 생존하는 소재가 흥미로운가 보다. 사실 <47미터> 영화도 안 보기는 했는데, 해당 영화도 나름 재미있다고 들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 영화의 소재만 봤을 때는 600미터 높이의 탑 꼭대기에 갇히는 게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싶었는데 보다 보니 그래도 꽤 재밌더라. 약간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랄까. 롤러코스터 정상에서 곧 떨어지기 직전의 아찔한 그 느낌과 긴장감을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계속해서 느낄 수 있다. 사실 주인공들이 하는 행동은 이해가 안 가서 답답하기는 하다. 영화 속에서 헌터는 인생의 유한함을 깨닫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하는데..굳이 그런 위험한 방법으로 삶의 의미를 느껴야 하는 것일까..맨 손으로 암벽등반할 때부터 알아봤지만 대체 왜 600미터의 낡은 탑을 오르는데 장비는 고작 저게 다 인가..왜 가방은 헌터만 매고 가는 것인가..답답하고 이해가 안 되기는 하지만, 그러한 답답함을 갖춰주었기 때문에 저렇게 고립되었을 때 더 생존하기 힘들었겠지 싶다. 그들의 이해가지 않는 모습도 영화를 이끌고 가기 위한 장치구나 하고 보면 된다 그냥.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면서 킬링타임용으로 본 영화였는데 나쁘지 않았다. 적당한 킬링타임용 재난 생존 영화를 찾는다면 한 번쯤 봐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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