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요
제목: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1997)
개봉일: 1998년 2월 28일
장르: 드라마, 코미디, 범죄
감독: 토마스 얀
출연: 틸 슈바이거, 얀 요세프 리퍼스, 티에리 반 베르베크
국내에서는 1998년에 개봉한 이 작품은 독일에서 제작한 영화로 얼핏 보면 B급 감성의 범죄 코미디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삶과 죽음, 자유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탐구를 다루고 있다. 불치병에 걸린 두 명의 주인공은 병실에 앉아 수동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대신, 자신들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모험을 떠난다. 빠르고 가벼운 전개 속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시대를 초월한 걸작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줄거리
주인공 마틴과 루디는 각각 뇌종양 말기, 골수암 말기 판정을 받고 같은 병실에 입원하게 된다. 반항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지닌 마틴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고도 병실에서 담배를 피우곤 한다. 반면, 루디는 마틴과 달리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다. 두 사람은 병실에서 우연히 테킬라를 발견하고 이를 나눠 마시며 진탕 취하게 된다. 마틴은 천국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살아생전 보았던 멋진 바다 풍경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루디가 자신은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다고 하자 이들은 죽기 전 멋진 바다를 보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술에 잔뜩 취한 이들은 병원 주차장에서 벤츠 한 대를 훔쳐 바다로 향한다. 그러나, 이 벤츠는 트렁크에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가방을 실은 갱스터 소유의 자동차였다. 영화 초반, 돈가방의 존재를 몰랐던 마틴과 루디는 은행을 털어 여행 자금을 마련한다. 이후, 돈가방의 존재를 알게 된 후에는 갱스터들의 돈을 쓰며 여행을 이어간다. 이렇게 마틴과 루디 일행은 경찰과 갱스터에게 동시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나, 삶의 끝자락을 향해 가는 이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경찰도 갱스터도 아니다. 바로 바다를 보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두려움이다. 유머와 스릴이 공존하는 모험 끝에 두 사람은 바다에 다다르고, 그곳에서 자신들이 열망하던 바다를 바라보며 운명을 맞이한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철학적 상징 해석
1. 실존주의에 기반한 삶의 의미
이 영화의 중심에는 실존주의 철학적 메시지가 자리 잡고 있다. 주인공들은 죽음이 머지않은 삶의 가장자리에서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아 여행을 떠나며, 자유롭게 자신들의 행동을 선택하여 남은 삶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불치병 판정을 받은 두 인물은 자신들의 절망적인 상황에 굴복하는 대신 온갖 사회적 규범을 벗어던지고 자신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간다. 이러한 주인들의 행동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장 폴 사르트르의 생각과 인간은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자아를 형성한다는 실존주의 주장을 구현한다. 또한, 어둡고 갑갑한 병실은 갇힘과 정체되어 있음을 상징하며, 훔친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길은 인간의 자유와 자아실현을 상징한다. 마틴과 루디의 모험은 삶의 가치는 인생의 길이보다는 인생의 강도에 더 중점이 있음을 시사한다. 인간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자유롭고 강렬한 삶을 살았는가'가 보다 가치 있다는 것이다.
2. 죽음 앞에서 더욱 빛나는 삶의 가치
영화 속에서 죽음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존재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마틴과 루디 모두 불치병 선고를 받았을 때, 이에 절망하고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곧 찾아올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도, 이들을 지켜보는 관객도 이들의 운명을 알고 있다. 이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여정은 더욱 빛나고 아름다우며 유쾌하게 보인다. 벤츠를 훔쳐 바다 보러 가기, 호화스러운 호텔 서비스 누리기, 운전도 하지 못하는 엄마에게 멋진 자동차를 선물하기 등 이들이 한 행동들은 어쩐지 바보 같아 보이면서도 한없이 낭만적이기도 하다. 이는 죽음을 인식한 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입장을 반영하기도 한다.
3. 우정, 자유, 해방
반항적이고 냉소적인 마틴, 소심하고 온순한 루디는 다른 상황에서 만났더라면 친구가 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이들은 죽음이라는 공통의 운명에 직면한 상태에서 만나 유머러스하고 스릴 넘치는 모험을 함께하며 유대감을 키워간다. 비록 서로 아주 다른 성격으로 아주 다른 삶을 살았을지라도 함께 웃고, 울고, 인생을 성찰하며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사회적 규범을 벗어던진 이들은 모험을 통해 신체적 자유뿐 아니라 영적인 자유도 만끽한다. 영화에서 큰 상징을 가지고 있는 바다는 두려움과 후회의 초월이자 영원한 자유와 평화를 나타낸다. 주인공들은 마침내 바다에 도달하여 내면의 평화와 성취감을 얻고, 육체적 죽음을 초월한 자유를 얻게 된다.
감상평: 죽음이 있기에 삶은 낭만적이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영화 장면이 삽입된 '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노래 영상을 보게 되었다. 다짜고짜 결말부터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노래와 영화 장면이 너무 조화롭고 아름다워서 언젠가 꼭 한번 보고 싶다 생각했던 작품이다. 막상 감상하니 생각보다 B급 코미디 감성인 전개에 당황했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엔딩이 너무나 아름다워 감동했다. 영화를 보고, 리뷰를 작성하다가 새삼 깨닫게 된 것은 내가 꽤나 실존주의적 철학에 기반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과거 우울했던 시기를 거쳐 나도 죽음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난 후에 오히려 인생이 더 가치 있게 느껴졌다. 무엇이든 완벽하고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그저 세상에 던져진 채 아름다운 것을 감상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즐거운 생활을 하며 지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살다 보니 인생이라는 것 꽤나 낭만적이고 살아볼 만한 것이더라. 어차피 언젠가 죽을 운명인 것, 나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 동안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자는 마인드로 살고 있는데 이게 실존주의적 입장이라는 것은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영화가 내게 더 와닿았던 것은 루디와 마틴의 행동들이 내가 현재 추구하고 있는 삶의 방식과 같기 때문이겠지.
소금을 한 손에 움켜쥐고 레몬을 베어 먹으며 테킬라를 입에 털어 넣고 바다로 달리는 모습이 정말 낭만적이다. 착한 범생이 같던 루디가 마틴의 약을 구하기 위해 약국에서 총을 빼 든 모습에 정말 감동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어기는 행동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만 나오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거든.
이들이 보고 싶었던 것은 푸르른 바다에 새빨간 노을이 지는 멋진 모습이었지만, 이들이 마주한 바다는 흐린 하늘에 파도가 매섭게 몰아치는 거친 바다였다. 그럼에도 이들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번진다. 마침내 바다를 눈에 담고 죽은 이여, 그대가 본 그대만의 바다 이야기를 천국에서 친구들에게 마음껏 들려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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