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배고플 때 보면 안되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 줄거리, 감상 포인트

작품 기본 정보

영화 <리틀 포레스트> 포스터

제목: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2018)

장르: 드라마, 힐링, 요리

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진기주, 문소리, 류준열

개봉일: 2018년 2월 28일

 

한국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원작인 만화뿐만 아니라 똑같은 이름의 영화가 먼저 제작되어 개봉했다. 국내판 영화는 1편에 사계절의 내용을 모두 담고 있는 반면, 일본판 영화는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으로 시리즈를 나누어 개봉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평화롭고 정겨운 분위기를 담고 있으며, 도시의 삶에 지쳐 고향으로 내려온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줄거리 요약

20대 혜원은 교직 임용시험 준비와 도시 생활에 지쳐 고향 시골집으로 내려온다. 서울에서의 삶은 먹고사는 문제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음을 다치게 했다. 고향에 돌아온 혜원은 오랜 소꿉친구 재하와 은숙을 만난다. 재하도 혜원과 마찬가지로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살다가 도시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귀향한 인물이다. 반면, 은숙은 두 친구들과 달리 고향을 떠나지 않고 취업한 후에도 한 곳에서 살고 있는 인물이다. 혜원은 엄마가 남겨둔 고향의 빈 집에서 홀로 지내며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는다. 고향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그녀가 벗어나고 싶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혜원의 엄마는 혜원이 수능을 마치고 대학 입학을 앞둔 어느 날 편지 한 통을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 처음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혜원은 짧은 휴식을 가지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계획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이 흘러도 혜원은 도시로 돌아가지 않는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혜원은 시골에서의 삶을 이어간다. 텃밭에 씨를 뿌리고, 땀 흘리며 채소를 거둔다. 자신이 직접 기른 농작물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해서 맛보고, 종종 친구들과 만나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낸다. 혜원뿐만 아니라 친구인 재하와 은숙 역시 각자의 삶에 고민과 의문을 품고 살아간다. 도시를 떠난 재하는 농부로서의 삶에 적응해 나가고, 평생을 시골에 살았던 은숙은 도시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다. 이렇듯 세 친구는 인생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으나, 각자만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간다. 혜원 역시 고향에 남을지 다시 도시로 돌아갈지 갈등한다. 엄마가 집을 떠난 이유와 자신의 삶의 선택을 비교하며 고심하던 혜원은 자기만의 답을 찾기로 결심한다. 

영화 감상 포인트

1. '쉼'이 주는 치유의 힘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공의 '도망'에 가깝다. 도시의 삶은 혜원을 지치게 만들었고, 시험과 인간관계의 갈등 속에서 혜원은 자기 자신을 잃은 듯하다. 어쩌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단순한 귀향이 아니라 치유를 위한 본능적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시골의 삶은 도시에서와는 달리 불편한 점이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은 고요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 간다. 사계절의 변화는 혜원의 내면과 그대로 맞물린다. 봄의 씨앗은 새 출발을, 여름의 노동은 땀의 의미를, 가을의 수확은 보람을, 겨울의 고요는 성찰을 의미한다. 자연은 혜원에게 말없이 '살아가는 리듬'을 가르쳐준다. 마음의 상처들은 흙을 만지고, 바람을 맞고, 하늘을 보며 조금씩 아물어간다. 이는 혜원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살아갈 힘을 다시 얻을 수 있다. 영화는 바로 이러한 '쉼'의 가치를 이야기 전반에 깔아 놓는다. 

2. 음식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

작품 속에서 음식은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인물의 기억, 관계, 위로를 이어주고 전해주는 매개체다. 혜원은 엄마가 남긴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만들며 엄마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엄마의 빈자리를 음식이 채워주고, 이는 곧 혜원에게 위로가 된다. 음식은 친구들과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장면은 단순한 식사가 아닌 우정의 확인이다. 함께 요리하고, 함께 먹으며 쌓이는 온기는 영화의 정서를 따뜻하게 물들인다. 주인공의 요리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청춘에게 삶의 지혜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주인공이 요리를 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잘 되지 않아도 다시 도전하는 장면들은 인생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가끔은 기대한 만큼의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지라도 계속 담담하게 이어지는 삶처럼 말이다. 이처럼 영화는 음식이 가진 힘, 즉 마음을 이어주고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을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3. 청춘의 방황과 선택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많은 청춘들이 겪는 불안과 혼란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시험에 떨어지고, 연애에 실패하고, 관계가 삐걱거리는 순간들은 누구나 겪는다. <리틀 포레스트>는 실패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임을 보여주며, 잠시 멈춰 서도 괜찮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멈춤은 실패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재정비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주인공 혜원 역시 시골에서 보내는 사계절 속에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자신만의 인생의 방향과 속도를 되찾는다. 오늘날 우리는 늘 '무언가 해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가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매우 중요하다.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잠시 멈추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는 말을 건네며, 방황은 실패가 아닌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감상평: 마음이 평안해지는 힐링 요리 영화

일본판 영화를 먼저 봤었는데, 해당 작품이 꽤나 마음에 들었어서 한국판 영화도 기대가 많이 됐다. 기대한 만큼은 충족한 작품이었다. 일본 작품이 원작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한국적 정서에 맞게 잘 각색된 영화다. 한국 시골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도 좋았고, 각 인물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도 담담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이 직접 기른 작물들로 요리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힐링되는 장면들이다. 어쩜 그렇게 맛깔난 음식들을 정갈하게 연출할 수 있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했다. 개인적으로 요리에 큰 흥미가 없어서 요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힐링 영화에 요리를 곁들인 느낌이라 크게 지루하진 않았다. 오히려 요리들이 다 너무 맛있어 보이고 좋아 보여서 요리에 관심 없는 나조차 한 번쯤 만들어서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끔 마음이 지칠 때 틀어 놓으면 좋을 것 같은 작품이다. 상영시간 내내 큰 사건사고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어차피 우리의 실제 삶에서 무수한 사건 사고가 터지니까 가끔은 이렇게 그저 평화롭기만 한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