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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Drama

27. 우정을 다룬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2024) 줄거리, 인물 분석, 감상평

by 포니 2025. 9. 29.

영화 기본 개요

사진: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포스터

제목: 대도시의 사랑법 (Love in the Big City, 2024) 

장르: 드라마, 코미디, 청춘, 로맨스, 우정, 퀴어

감독: 이언희

출연: 김고은, 노상현

개봉일: 2024년 10월 1일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줄거리 요약

영화는 도시의 거대한 풍경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하는 두 인물, 재희와 흥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학 시절 같은 수업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첫인상부터 강렬하다. 재희는 과감한 스타일과 거침없고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이다. 반면, 흥수는 차분하고 내성적이며 늘 조심스러운 태도로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흥수는 게이라는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세상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안전한 껍질 속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간다. 이렇게나 다른 두 사람은 어느 날, 재희가 흥수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동료애나 일시적 친분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적 시선과 개인적 상처에 흔들리던 시기에 재희와 흥수는 동거를 시작하며 일상의 무수한 순간을 함께 한다. 재희는 흥수에게 거리낌없이 애정을 표현하고, 흥수는 그런 재희를 통해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는 법을 배운다. 때로는 재희의 자유분방함이 흥수에게 불안을 안겨주고, 흥수의 조심스러움은 재희에게 답답함으로 다가오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수없이 부딪히면서도 끝내 서로의 곁에 남는다. 두 사람은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때로는 연인처럼 서로의 곁을 지킨다. 영화는 두 사람의 대학시절부터 30대의 삶에 이르기까지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대도시 속에서 흔히 마주치는 고독, 불안, 정체성의 문제를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통해 버텨내는지를 담담히 그려 나간다. 이야기 끝네 남는 것은 단순한 사랑도, 우정도 아닌 그 경계를 넘나드는 특별한 유대다. 

인물 분석: 캐릭터 특성 및 관계

재희는 여러 사람을 만나며 쉽게 사랑에 빠지고, 상처 입은 후에도 다시 불나방처럼 사랑에 뛰어드는 인물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녀를 단순히 가벼운 여성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사랑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재희는 세상이 요구하는 여성상을 거부하는 인물이다. 재희의 당당함은 때로는 무모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다. 사랑을 통해 그녀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녀의 사랑은 상처받기 쉽다. 진심을 내어주기에 상대의 거절이나 거친 언행에 더 깊이 흔들린다. 

반면, 흥수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인물이다. 그는 게이라는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사랑을 해도 숨겨야 했고, 관계를 맺어도 조심스러웠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억눌려 있고, 사랑은 그에게 두려움과 욕망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그러나 재희와 함께하며 흥수는 조금씩 변한다. 재희의 당당함은 그에게 "네가 너인 게 약점이 될 수 없어"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재희 덕분에 흥수는 자신을 감추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려 한다. 흥수의 사랑은 신중하고 조용하지만, 그 속에는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이 숨어 있다. 그의 사랑은 세상의 인정보다도, 진심을 나눌 수 있는 단 한 사람에게 닿기를 바라는 깊은 소망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부터 특별했다. 누구나 쉽게 오해하고 떠들어대는 재희의 '헤픈 사랑' 뒤에 감춰진 외로움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흥수다. 그리고 흥수가 게이라는 이유로 세상 앞에 나서지 못하는 순간들 속에서, 재희는 누구보다 따뜻하게 그의 편이 되어주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약점을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약한 순간 곁에 있어주면서 그 누구보다 든든한 존재가 된다. 재희는 흥수에게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흥수는 재희에게 혼자서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는 안정감을 준다. 이 우정은 단순히 '좋아하는 친구'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둘은 서로의 일상 깊숙이 들어가 삶을 함께 살아낸다. 소소한 행복이 넘치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갈등을 빚으며 싸우고 화해하고 위로하고 격려한다. 이렇게 쌓인 시간은 단순한 우정의 영역을 넘어섰다. 연인처럼 뜨겁지 않지만 가족처럼 의무적이지도 않은, 그 중간 지점에 자리한 특별한 관계. 영화 속 재희와 흥수의 관계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친구'라는 단어가 품을 수 있는 넓은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감상평: 사랑이란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

재희와 흥수 각자가 사랑하는 방식도 인상 깊었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 속에 깊은 여운을 준 것은 두 사람의 우정이다. 우정이란 사랑의 또 다른 형태라고 생각한다. 꼭 성애적 사랑이 아니더라도 친구들 간에 서로를 이렇게 위하고 아껴주는 마음 역시 크나큰 사랑의 한 형태다. 재희와 흥수 사이에는 가족보다 가까운 신뢰와 연인보다 깊은 진심이 흐른다. 인생에 재희와 흥수 같은 관계의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크나큰 축복일 것이다. 우정은 단순히 함께 웃고 떠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고, 무너질 때 곁을 지켜주는 것. 때로는 그 어떤 연애보다도 진지하고 오래 지속되는 관계다. 이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은 각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행위로 확장한다. 재희가 흥수에게 끊임없이 건네는 말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말고 "너답게 살아도 된다"는 메시지다. 재희의 메시지는 흥수가 살아온 불안과 두려움을 벗겨내는 힘이 된다. 반대로 흥수가 재희에게 건네는 사랑의 형태는 안정감이다. 재희는 늘 당당하지만 동시에 늘 흔들리는 사람이었다. 흥수는 그녀의 곁에 머물며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렇듯 영화가 말하는 사랑은 단순한 감정의 소유가 아니라 상대방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존재가 살아갈 수 있게 지지하는 행위다. 즉, 누군가의 진짜 모습을 인정해주는 것이 바로 사랑의 본질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