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개요
제목: 마루 밑 아리에티(The Secret World of Arrietty, 2010)
국내 개봉일: 2010년 9월 9일
장르: 판타지, 애니메이션
감독: 요네바야히 히로마사
각본: 미야자키 하야오, 니와 케이코
목소리 출연: 시다 미라이, 카미키 류노스케 외
이 작품은 영국 동화작가 메리 노튼(Mary Norton)의 판타지 소설 'The Borrowers'를 각색한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다. 어느 가정집 마루 바닥 아래에 사는 소인들의 비밀스러운 세계를 배경으로 각 인물들의 용기, 연결, 그리고 공존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줄거리
주인공 아리에티는 14세 소인족 소녀로 부모님과 함께 어느 가정집 마루 아래 속 세계에서 살고 있다. 소인족 가족은 인간의 눈을 피해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을 수집하여 보금자리를 꾸미고 살아간다. 아리에티가 사는 집은 남자 주인공 쇼우의 외할머니 집이다. 쇼우는 몸이 좋지 않아 요양을 하기 위해 할머니 댁에 방문하고, 우연히 아리에티의 존재를 알게 된다. 아리에티의 부모님은 인간을 경계하며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쇼우가 위험에 빠진 아리에티를 구해주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우정을 쌓아 간다.
그러나, 모든 인간들이 쇼우처럼 소인족에게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쇼우 할머니네서 일하고 있는 가정부인 하루 아줌마는 소인의 존재를 눈치챈 후 이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채울 생각을 한다. 그렇게 아리에티의 엄마가 납치되고, 쇼우와 아리에티는 힘을 합쳐 아리에티의 엄마를 구출한다. 이후, 생명의 위협을 느낀 아리에티 가족은 쇼우의 집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아리에티와 쇼우는 작별한다.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주제와 상징
1.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감독은 소인족과 인간이 한 저택에서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소인족이 인간들의 물건을 '빌려서' 살아가는 모습은 생태계의 섬세한 균형을 나타낸다. 아리에티와 쇼우의 우정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공존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조명한다. 그러나, 하루 아줌마가 아리에티의 엄마를 납치하는 장면 등은 한쪽이 불균형적인 힘을 행사할 때 이러한 관계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2. 두려움에 직면하는 용기
작품의 주인공 아리에티와 쇼우는 각각 다른 형태의 용기를 보여준다. 아리에티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자신만의 힘으로 인간 세계에 첫 발을 내딛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도전과 성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직면하는 두려움에 대한 주인공의 용기를 마주한다. 반면, 병에 걸린 쇼우는 생명의 위협이라는 두려움에 직면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성찰하는 모습 등을 통해 그만의 용기를 발휘하고 있다. 두 캐릭터가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 서로 다른 형태의 용기는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 서사를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야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3. 작음에서 나오는 커다란 힘
마루 밑 아리에티는 눈에 띄지 않는 작고 아름다운 세계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소인족 가족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마치 인간이 돋보기를 들고 구석구석을 크게 확대하여 살펴보는 듯한 효과를 준다. 가족들이 살고 있는 집 인테리어의 복잡함과 디테일, 소인족의 시각으로 바라본 넓디넓은 정원 등 감독은 일상에서 간과하고 있는 디테일의 경이로움을 조명한다. 주인공 아리에티의 작은 몸집은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인간의 취약함을 상징하는 동시에 작은 체구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강인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작음'에 맞춰진 영화의 시각적, 서사적 초점은 관객들을 덧없고 소중한 순간에 대한 온화하면서도 심오한 탐구로 초대한다.
영화 <마루 밑 아리에티> 감상 포인트
1. 몰입형 시각 디자인
마루 밑 아리에티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시각적 예술성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아리에티의 몸집만한 각설탕의 질감부터 인간들의 일상적인 물건으로 만든 소인족들의 기발한 도구까지, 이러한 세심한 시각 디자인은 관객들이 소인족 세계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또한, 감독은 모든 프레임에서 생동감 있는 연출을 통해 인간 세계의 광활함과 소인족들의 삶의 친밀감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2. 음악을 통한 정서적 공명
세실 코르벨이 작곡한 멋진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감정적 깊이를 더한다. 영화 속 음악은 이야기와 매끄럽게 엮여 우울함과 희망이 뒤섞인 영화의 주제를 강화한다. 섬세한 하프 멜로디는 연약하면서도 탄력적인 아리에티의 세계를 반영하여 관객들에게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3. 공감에 기반하여 유대하는 우정
캐릭터들의 개성과 각 인물 간 관계는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 요소이다. 아리에티와 쇼우의 관계는 진정성에 기반하여 유기적으로 발전한다. 특히, 두 사람은 각자의 두려움과 꿈을 공유하며 유대감이 커진다. 쇼우는 질병으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직면하고, 아리에티는 가족의 안전과 안락한 집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겪는다. 소인족과 인간, 각자 처한 상황 등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서로의 관계를 통해 위안과 힘을 얻는다.
감상평: 소꿉놀이를 보는 듯한 몽글몽글한 애니메이션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주제는 지브리의 정체성과도 같은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원령공주,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등 다양한 작품에서 해당 주제를 다루고 있다. 마루 밑 아리에티에서도 이러한 주제가 돋보인다. 자연을 상징하는 아리에티 가족과 인간을 대표하는 쇼우 가족의 관계는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평화롭고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탐욕이 그 관계를 어떻게 어그러뜨리는 지도 여실히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몽글몽글한 영상미와 잔잔한 분위기의 OST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인간들의 물건을 빌려 살아가는 아리에티 가족의 모습을 보면 마치 인형놀이, 소꿉놀이를 지켜보는 듯한 몽글몽글한 기분이 든다. 다양한 물건들로 아기자기하고 개성 넘치게 장식된 아리에티의 방은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다. 주제곡인 '아리에티의 노래(Arrietty's Song)'의 차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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